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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항암 효능

막걸리의 항암 효능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파네졸(파르네솔)이 막걸리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최초로 발견해 한국의 전통술인 막걸리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막걸리에서 파네졸을 분석하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었다. 그동안 막걸리는 한국의 고유한 전통 술이고 외국에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더욱이 이와 유사한 술을 생산하는 국가에서조차 장비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분석을 할 수 없었다.

 

막걸리는 양조 미생물에 의해서 자연 발효시킨 자연식품이다. 술이면서도 건강식품이지만 그저 값싼 술의 대명사로 치부돼 그 우수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막걸리 애호가들의 주장은 막걸리가 포도주에 비해 알코올 함량은 절반 수준이고 피로회복과 혈액순환, 변비치료와 예방에 좋다는 것이다.

 

또한 와인이나 일본 청주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단백질이나 비타민 B군 함량이 높다거나 유기산이 많아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암세포 성장억제, 혈압강하, 유산균 섭취효과 등 다양한 효능을 보고하고 있으나 대부분 물질 규명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파네졸의 발견은 막걸리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식품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접근이 필요함을 인식시켜 준다.

많은 과학자는 이제껏 전통식품의 세계화가 막연히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에서 보다 과학적인 데이터로 증명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식은 건강식이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을 흔히 하고 있지만 과학적인 증거는 많지 않다. 인삼에 사포닌의 함량이 많아 몸에 좋다고 주장하지만 다양한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제껏 한국 식품 산업계는 소비자들에게 기능성 식품을 구체적인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판매해 왔기 때문에 외국 시장 개척에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감성에 호소하는 ‘카더라’ 마케팅보다 과학적 사실을 듣고 보고 싶어한다. 김치·장류·젓갈 등 다른 전통 발효식품과 같이 막걸리는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학적인 분석이 생략된 채 구전으로 홍보돼 오던 가장 전통적인 식품의 하나로서 식품과학의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개척 품목이다. 막걸리는 찹쌀·멥쌀·보리·밀가루 등을 쪄서 식힌 다음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킨 후 그대로 걸러 제품화한 것이다. 따라서 투입된 원료의 영양성분 손실 없이 마시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술이다. 또한 누룩곰팡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효소와 효모에 의해 곡류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대사산물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의 성분에 대한 연구나 건강에 이로운 물질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과거 막걸리는 서민의 술로서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다 이태 전쯤부터 국내에서 시작된 붐에 일본인 소비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기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양한 대사산물을 분석해 유용한 기능성을 밝혀야 한다. 기능성 대사산물의 생성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대사체학, 특정 기능 물질의 농도를 높이기 위한 기능유전체학과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막걸리에 알맞은 양조 미생물도 추출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능성 성분을 강화하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등 양조 응용기술도 함께 개발해야 할 것이다. 품격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식품으로 변신해 세계 시장에서 외국의 술들과 한판의 승부를 겨룰 준비를 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에서조차 도태될지 모른다.


문화일보 2011.04.19

글. 이무하 / 한국식품연구원 煎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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