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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세월로 만나는 우리의 醬

묵은 세월로 만나는 우리의 장

입춘이 지나면 살림을 사는 가정부인들은 한해의 시작으로 장 담그기를 준비한다. 우리음식의 근간이 되어 온 전통장은 우리 밥상에서 조미료의 역할과 기본반찬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간장과 된장을 따로따로 담그는 일본장과는 달리 우리의 전통장은 대부분 한번의 수고로 간장과 된장을 얻을 수 있다.

 

보약으로 이름 지어지는 전통 간장 그리고 된장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나라는 그 역사의 길이만큼이나 깊은 식문화가 발달되어 왔다. 우리나라 역시 오랜 역사만큼이나 독특하고 긴 식문화안에 콩을 발효시킨 장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장은 보통 간장을 의미하나 넓은 의미로는 간장, 된장, 고추장 및 별미장을 두루 어우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콩의 기원지로서 쌀문화권의 식생활에 단백질 공급원인 콩은 아주 중요한 식재료이다. 콩에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 모자라는 아미노산인 리신과 콜레스테롤이 낮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몸 안에 쌓이는 것을 막고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입동을 전후로 질 좋은 메주용 콩을 잘 골라 만드는 메주는 콩을 충분히 불려 3~4시간 이상 푹 삶아 으깬다. 메주의 콩단백질은 충분한 열을 받아 무르게 삶아졌을 때 효소의 분해가 활발해져 맛이 좋은 데 삶은 콩은 잘 빻아 메주모양을 잡아 말리고 적당한 온도의 방안에서 띄워 간장, 된장에 필요한 균을 배양한다.

이때 집집마다 메주균이 각각 다 달라 그 집안의 장맛을 결정한다.

잘 담근 장은 일년 밥상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고 한 해의 장맛은 그 집안의 길운과 함께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특별히 정성을 기울여 힘을 쏟았다. 조선 중기의 『증보산림경제』와 『구황촬요』에는 각각 조장법항과 장제품조가 기록되어 있는 데, ‘장은 모든 음식맛의 으뜸이요.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아니하면 좋은 채소와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설혹 촌야(村野)의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없어도 여러 가지 좋은 맛의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 걱정이 없다. 우선 장 담그기에 유의하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게 함이 도리이다.’ 라고 했다.

 

잘 띄운 메주와 간수를 잘 뺀 질 좋은 소금, 좋은 물로 만드는 장은 메주에서 우러난 즙액인 간장과 불은 메주인 된장으로 분리되며 이때 식품으로서 저장성 또한 높아진다.

담근 지 1~2년 사이의 햇장은 맑은 갈색으로 짠맛이 두드러지며 맑은 국의 간을 맞출 때 쓰는 데 청장(淸醬)으로 부른다. 또한 2~3년 정도 된 간장은 나물을 무치거나 찌개나 국간을 맞출 때 이용하며 중장이라 부른다.

담근 지 5년 이상 된 장은 검은 색이 진하고 감칠 맛과 단맛이 더해져 찜, 조림 등 색이나 감칠 맛을 내는 데 쓰이는 데, 진장(陳臟), 진간장이라고 부른다.

특별히 진장(眞贓)으로 불리는 묵은 간장은 그 담근 햇수가 오래되어 농도가 진하고 색이 검고 단맛이 두드러져 맛이 좋은 간장을 이르며 육포의 간이나 약식, 전복 등의 볶음인 초(炒)요리에 쓰인다. 우리간장의 감칠맛은 특히 고기와 잘 어울려 깊은 맛을 내 주는 데 5년 이상 된 진장은 대개가 그렇다.

 

묵은 간장에 다시 메주를 담가 겹간장을 만들기도 하는 데 일반적인 막간장에 비해 진한 맛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담근 장은 해마다 새로 담근 장을 합해 덧장을 하기도 하는 데 그 연륜에 따라 10년, 20년, 300년의 기록을 가지게 된다.

이때 나오는 부산물인 메주의 남은 건더기를 잘 치대 항아리에 숙성시키면 된장이 된다. 이때 된장은 간장과 달리 2~3년 정도 숙성시킨 것을 가장 좋은 맛으로 친다.

고서에 보면 독안에 메주를 넣고 잘 푼 소금물을 채운 후 막대기를 세워 쓰러지지 않으면 적당하다 했으니, 그 비율이 메주와 소금물의 무게로 보아 1:3의 비율이 적당하다. 또한 계란을 동동 띄워 100원짜리 동전이나 오백원짜리 동전의 면만큼의 넓이로 떠오르면 적당하다 했으니 그 염도가 15~17%정도의 염도가 알맞다. 전통음식을 제조함에 있어 부정을 타지 않게 하라 하니 그 또한 청결하게 함이 그 첫 번째다. 이렇듯 묵은 세월을 견뎌 낸 간장을 만드는 과정은 소금물과 메주의 비례와 세월로 곰삭는 어머니의 손맛 등, 충분히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서정적이다. 소금물의 염도는 기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이른 정월에 담글수록 염도가 낮아질 수 있으니 부지런히 담는 것이 짜지 않은 장을 만들 수 있다.

콩이 귀한 전라도나 경상도 지방에서는 젓갈을 삭혀 만드는 어장이 발달되었다. 아주 특별한 별미장으로 소고기업진살, 대하, 전복, 해삼, 도미, 생치, 파, 마늘, 생강, 메주와 보통보다 진한 소금물을 넣어 땅속에 묻어 1년을 지내면 깊은 맛이 만들어지는 어육간장도 있다. 이는 사대부가의 프리미엄간장제조법이라고 할 수 있는 데 『규합총서』에도 조리법이 있으니, 그 맛이 가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조선간장과 왜간장, 우리된장과 미소

 

콩 한가지로만 만드는 우리간장, 된장과 달리 일본간장과 된장은 콩과 전분질로 만든다. 우리장의 발효균은 세균이지만 일본장은 곰팡이에 의해 발효가 된다. 이는 특별히 기후와 습도에서 오는 제조법의 차이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다른 발효법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2차대전 당시 산업화된 속성간장을 만들기 위해 염산에 의한 산분해간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인공적인 맛과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현재 이 방법은 공업용으로만 쓰고 있다.

간장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전통방식의 재래간장 제조법 이외에도 콩에 볶은 밀을 넣은 개량메주로 만드는 개량간장도 있다. 개량메주는 메주를 만든 과저에서 단백질과 전분 분해능력이 뛰어난 황국균인 누룩곰팡이를 인위적으로 접종배양시켜 메주를 빚기 때문에 빠른 시간안에 제조가 가능하다. 또한 일정한 맛을 내고 위생적으로도 안전하며 그 만드는 시기에 제한이 없다. 밀가루나 쌀가루에 종균을 넣어 삶은 메주콩에 섞어 띄운다. 특히 간장을 만들 때는 재래간장 제조법과 달리 부산물인 된장이 나오지 않는다. 개량간장은 아미노산, 맥아당, 포도당, 알콜, 젓산 등의 영양분이 풍부하다. 무침이나 조림, 국 등에 사용된다.

가정에서 담그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일찍이 산업화된 일본의 장류는 우리의 전통메주 제조법을 개량하여 순수균에 의한 코지제조기술을 일찍부터 개발하였다. 이를 산업정착화한 일본은 균일한 품질의 장류를 생산하고 거듭된 품질향상으로 일본장류를 세계화하는 식품으로 발전하였을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한 식문화 수출에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된다.

우리의 말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미소라는 명칭으로 자리잡은 일본의 된장은 쌀과 콩을 아스퍼질러스 오리제라는 곰팡이를 이용한다.

이러한 우리의 장은 음식맛을 좌우하는 기본식품으로서의 용도 이상으로 쓰였는 데, 가벼운 화상이나 상처에 간장이나 된장을 바르기도 했다. 특히 된장은 해독, 해열의 효능이 있어 독벌레나 뱀에 물리거나 벌에 쏘였을 때도 바른다. 체증이나 소화불량에도 된장을 먹기도 했다. 보리고개를 넘던 구황식으로도 요긴했는데 전쟁 등 위급한 상황에서도 제일 우선시했던 기록이 있다. 이렇듯 식품으로 사용되면서 『동의보감』 등 한의서에 치료제로 이용되었던 기록으로 보아 가정상비약의 역할을 충실히 해 의료혜택에 어려움이 많던 시절에 민간요법으로 쓰이기도 했다. 특히 우리간장에 들어 있는 메티오닌은 해독작용을 돕고 항산화 효과를 낸다. 간장의 종류마다 맛과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좋다 아니다로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각 가정에서 직접 담가 깊은 맛을 낸 간장, 콩과 소금, 물, 그리고 바람과 햇볕이 만들어 낸 우리 간장은 건강한 밥상을 만드는 풍요로운 슬로푸드밥상을 약속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한맛한얼

글. 박종숙 /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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